분류 스키마 크로스 도메인 테스트 해봤더니
콘텐츠 분류 기준 진입 필터 유지 필터 차이를 파악하려면 기준이 매체를 넘어서도 작동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 작품 흥행 요소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라벨링 기준을 나눈 게 글1에서 한 작업이었다. 거기서 뽑은 5개 기준은 내가 실제로 본 콘텐츠 반응에서 거꾸로 뽑은 것들이었다. 아직 애니 위주로 만든 기준이라는 걸 알았고, 처음엔 콘텐츠 전반을 아우르는 축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다른 매체에서도 통하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한국 웹소설 중에 패턴이 비슷한 작품들이 있어서 나 혼자만 레벨업·백작가의 망나니가 되었다·전지적 독자 시점 3편에 직접 대입해봤다. 해봤더니 애니 때처럼 작동하지 않았다. 어떤 기준은 읽기 시작하게 만드는 동기를 유발하는 요소로 작동했고, 어떤 기준은 흥미를 끝까지 끌고 가는 요소로 작동했다. 원래 5개 축을 평평하게 한 줄에 놓고 봤는데, 웹소설에 대보니 작동하는 지점이 달랐다. 그걸 구분 없이 한 묶음으로 봤던 게 틀렸다.
이세계물이 첫 입문을 주저하게 했던 이유
처음엔 이동형이 식상하다고 생각했고, 이동형 작품 전체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정리해놨다. 근데 백작가의 망나니가 되었다(이동형, 빙의물)를 꽤 좋아하게 됐을 때 그게 틀렸다는 게 보였다. 이동형이라서 싫은 게 아니라, 이동형이면 읽기 시작하는 게 주저해진다는 뜻이었다. 일단 시작하고 나면 재밌냐 아니냐는 다른 기준이 정했다.
이동형(현실 버리고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방식)·균열형·은폐형 같은 세계 구조는 공통으로 하는 일이 하나였다. 내가 그 작품을 읽기 시작할지 말지만 걸러내는 것, 즉 진입 필터(entry stage, 읽기 시작하게 만드는 동기를 유발하는 요소)였다. 균열형은 헌터물류, 은폐형은 어반판타지류다.
일본 이세계 애니와 한국 웹소설에서 이 차이가 더 뚜렷했다. 한국 웹소설은 현판·이세계판·무협 어느 걸 봐도 비슷하게 시작했다. 이동형이라고 특별히 더 망설이지 않았다. 일본 이세계 애니는 같은 이동형인데 시작 전에 한 번 더 걸렸다. 일본 이세계물은 평균적으로 일상 위주·수동적·느린 전개 쪽에 몰려 있어서, 이동형이라는 태그 자체가 “느린 전개겠다”는 신호처럼 읽혔다. 같은 사람인데 매체에 따라 이동형에 대한 경계심 강도가 달랐다.
| 세계 구조 유형 | 역할 단계 | 한국 웹소설 | 일본 이세계 애니 |
| 이동형 (이세계·빙의) | 진입 필터 | 경계심 약함 | 경계심 강함 |
| 균열형 (헌터물류) | 진입 필터 | 경계심 약함 | 경계심 중간 |
| 은폐형 (어반판타지류) | 진입 필터 | 경계심 약함 | 경계심 약함 |
레벨업물이 식상해 보였던 진짜 이유
나 혼자만 레벨업은 시스템이 주인공에게 힘을 주는 방식이다. 이걸 외부 각성형이라고 불렀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좋아했는데 “외부 각성형은 식상하다”는 기준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앞뒤가 안 맞았다.
정확히 따지고 보니 이랬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외부 각성형 패턴이 처음 나왔을 때(시초)였기 때문에 신선했다. 같은 패턴이 쏟아지고 나서부터 식상해졌다. 외부 각성형 설정 자체의 문제가 아니었다. 단독 패턴이 너무 많아지면 식상해지는 거였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외부 각성형인데 단독이 아니었다. 계산형(전략·분석으로 상황을 푸는 방식)과 연대형(동료·팀으로 함께 풀어가는 방식)이 섞여 있었다. 외부 각성형 작품이 넘쳐도 전지적 독자 시점은 같은 패턴으로 안 읽혔다. 조합이 달라서였다. 원래부터 BSL(분류 시스템 이름 — Claude가 붙인 이름, 내가 붙인 게 아니다) 기준에 “다중 태그 가능”으로 설계해놨는데, 이 케이스에서 그 방향이 맞다는 게 확인됐다.
화산귀환 하차가 분류 기준으로 안 잡혔던 이유
화산귀환은 초반부터 중반까지 꽤 오랫동안 끌렸다. 도입부 훅(첫 몇 화에서 독자를 끌어들이는 것)도 강했고, 세계 구조도 맞았고, 초반 적응 방식도 맞았다. 읽기 시작하게 만드는 동기를 유발하는 요소들 — 진입 단계(entry stage) — 에서 걸리는 게 없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서면서 하차했다. 이유는 분량이었다. 작품이 너무 길어지면서 따라잡기가 벅차지고 질질 끌리는 느낌이 쌓였다. 댓글을 보면 따라잡기 힘들어서 하차하는 사람이 많아 보였다. 5개 기준 중 어느 걸 봐도 이 현상을 설명하지 못했다. 진입 단계는 다 통과했는데, 흥미를 끝까지 끌고 가는 요소 — 유지 단계(retention stage) — 를 측정하는 축이 애초에 빠져 있었다.
재벌집 막내손자·오징어게임은 또 다른 유형이었다. 이 둘은 초반 흡입력도 강했고 끝까지 봤다. 그런데 완주했다고 해서 만족이 따라오지는 않았다. 평점·완주·만족이 전부 다른 방향으로 나왔다. 단일 기준으로 측정하려던 게 원래부터 무리였다.
이 케이스들을 나란히 놓고 나서야 기준들이 한 묶음이 아니라는 게 보였다. 읽기 시작하게 만드는 동기를 유발하는 요소가 있고, 흥미를 끝까지 끌고 가는 요소가 따로 있었다.
| 기준 묶음 | 역할 단계 | 글1 5개 기준 | 재설계 후 |
| 도입부 훅 (첫 몇 화에서 독자를 끌어들이는 것) | 진입 단계 | 포함 | 포함 |
| 세계 구조 | 진입 단계 (진입 필터로 역할 재정의) | 포함 | 포함 |
| 적응 방식 초반 | 진입 단계 | 포함 | 포함 |
| 갈등 흐름 (갈등 동학 = 이야기 안에서 갈등이 커지고 해소되는 흐름) | 유지 단계 | 빠져 있었음 | 새로 추가 |
| 클리셰 신선도 | 유지 단계 | 빠져 있었음 | 새로 추가 |
| 결말 처리 | 유지 단계 | 포함 | 포함 |
시놉시스 한 줄로는 클리셰 신선도를 못 잰다
클리셰 신선도(cliche freshness, 작품에 등장하는 패턴이 얼마나 새로운지)는 그 작품 줄거리만 가지고 물으면 답을 못 한다. 전체 데이터가 있어야 나오는 정보여서, LLM이 할 부분과 SQL이 할 부분을 나눴다.
나 혼자만 레벨업이 처음 나왔을 때 외부 각성형 패턴은 신선했다. 지금 같은 패턴이 쏟아진 뒤에는 식상하다. 작품 자체는 그대로인데, 그 패턴이 시장에 얼마나 쌓였느냐가 달라진 거였다. 시초(처음 등장)·확장(비슷한 작품 늘어남)·포화(너무 많아짐)·사양(식상해져서 줄어듦), 어느 단계인지에 따라 같은 패턴도 다르게 읽혔다.
내가 모든 작품을 직접 볼 수는 없어서, LLM에 시놉시스나 LLM이 학습한 정도를 근거로 라벨링을 시키는 구조를 쓴다. 근데 시놉시스 한 줄만 주면서 “이 클리셰 신선한가?”라고 물으면 대답을 못 한다. 그 작품이 나온 시점에 같은 패턴이 몇 편이나 있었는지를 봐야 하는데, 그건 시놉시스 안에 없다. 전체 데이터가 쌓여야 나오는 정보다. 클리셰 라벨 뽑기(어떤 패턴인지 분류하는 것)는 LLM이 하고, 그 라벨이 몇 편이나 있는지·언제부터 등장했는지는 SQL이 세는 구조로 나눠야 했다.
5개를 한 줄에 세웠는데 애니에 대입했을 때랑 다르게 작동했다. 그게 5축을 7축으로 다시 짜는 출발점이었다.